어서 와, 친구” 20년지기 포켓몬의 치명적 매력
게임·영화·애니로 즐기던 캐릭터
이젠 증강현실 게임으로도 나와
피카추·이상해씨·꼬부기·파이리…
151종에서 시작, 무한진화·변종
특징·이름 외웠던 ‘포켓몬 세대들’
이젠 직접 괴물 잡으려 바깥으로
길위서 다른 사용자 직접 만나며
함께 게임했던 세대들 연대 즐겨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기술은 18가지로 포켓몬 세계 속 생명체의 관계는 넓고도 복잡하다. 처음 151가지로 시작한
포켓몬스터는 진화와 변종을 거듭하며 2016년까지 751종으로 늘어났다. 변이 가능성이 무한한 것은 포켓몬스터가 본래 잡종이기
때문이다. 동물·풀·꽃·벌레·전기 등 몬스터를 나누는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괴물들은 대부분 여러 장르에 걸쳐 있다. 등에 씨를
매달고 있는 두꺼비 괴물 이상해씨는 그 씨에서 싹이 나면 이상해풀, 더 나아가선 한층 전투력이 높은 이상해꽃으로, 잡종 몬스터
뚜벅초는 독초 라플레시아로 진화한다. <포켓몬 마스터 되기>라는 책을 쓴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과 김윤아 겸임교수는 바로
이 잡종성이 포켓몬의 치명적인 매력이라고 진단한다. ‘다수다양성’(다양성을 지닌 채 집단으로 행동하기를 좋아하는 성향)을 지닌
어린 신세대들은 인종/계급/종교 등으로 범주화되고 경계지어진 어른들의 세계보다는 괴물들의 카니발에 끌렸다.
머리가 2개 달린 몬스터 두두가 3개로 늘어나면 두드리오(미국에선 두트리오)가 되는 것처럼 포켓몬은 진화 상태에 따라 이름이
바뀐다. 주인공 몬스터 피카츄는 새앙토끼의 영어 이름 피카와 일본어로 쥐가 찍찍거리는 소리를 합성한 이름이다. 포켓몬은 국경을
넘어가면서 여러 나라의 동물 소리와 애칭에 맞게 이름도 바꾸며 진화했다. 게임 소프트웨어와 함께 애니메이션, 피규어, 카드 등을
동원해 포켓몬스터를 파는 믹스 미디어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태생부터 하이브리드인 이들 괴물은 여러 언어, 매체를 섞어가며 지구촌
어린이들에게 포켓몬 도감을 완성하고 싶다는 열망을 심는다. 이렇게 본다면 지금 스마트폰과 게임 소프트웨어, 증강현실이 만난
포켓몬 고는 포켓몬스터의 잡종적 태생에 더없이 걸맞은 선택인 셈이다.
또 김윤아 교수는 괴물들을 몬스터볼에 가두는 게임의 능동성에 주목한다. 주머니 속에 괴물을 넣고 다니는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고 힘이 세지고 싶다는 욕망을 그 보라색 공에 투사한다. 알고 보면 나쁘고 무섭기만 한 몬스터는 없다. 죽음과 폭력 없는
세상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여행을 해낸다는 포켓몬 이야기는 안전하고 낭만적인 성장담이다.
그러나 게임 네트워크와 그래픽이 엄청나게 진화한 지금 어른이 된 그들이 이 오랜 게임으로 돌아와 다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포켓몬 고 열풍을 목격하며 <타임>지는 포켓몬볼이 일으킨 연대감에 주목했다. 포켓몬
고를 만든 나이앤틱사가 먼저 출시한 게임 잉그레스엔 참여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지만 포켓몬스터를 다시 소환하자 ‘90년대의
아동’들이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90년대에 포켓몬카드를 주고받던 그들은 지금 빨리 몬스터들을 얻어서 체육관에 가 다른
사용자들과 대결하기를 꿈꾼다. 새로운 기술보다는 함께하는 게임이라는 것이 그들에게 중요하다.
<드래곤볼> 주인공 오공이가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청년으로 자란 것과는 달리 포켓몬 지우는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10살 어린이다. 지금 그 어린이는 친구를 찾고 있다.
from :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752721.html?_ns=r2